유한계급의 경제적 역할
- 유한계급(有閑階級, Leisure Class)
- 생산적 노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소유한 자산으로 비생산적 소비 활동만 하는 집단.
비생산적 소비
저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본주의 폐단의 가장 중요한 적폐세력으로 유한계급을 주목했다. 이 계급의 특징은 생산활동에 대한 혐오 때문에 노동면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들의 소득에서 생존에 필요한 소비 이외의 재화를 경쟁우위를 증명하기위한 ‘과시적 소비’에 열정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낭비’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하려는 목적이 있는데 그것을 위해 그들은 돈, 시간, 에너지를 아낌없이 소비한다.
유한계급의 이러한 특성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공동체의 진보와 발전을 지연시키고 방해한다는 것이 베블런 주장의 핵심이다. 책의 구성은 전반부는 유한계급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으며, 후반부는 그 이론과 관련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유한’이라는 말은 태만이나 무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시간의 비생산적 소비이다.
베블런 효과1
당시 주류 경제학자들은 수요와 공급은 일반적으로 반비례 관계로 보았다. 하지만 베블런은 유한계급의 특성을 근거로 다르게 생각했다. 지배층인 유한계급의 소비패턴은 주류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그들은 생존선 이상의 소득을 생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득은 경쟁우위를 증명하는 과시적 소비와 낭비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즉 재화의 가격이 높아져도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 예상 밖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블런의 아이디어는 시대를 앞선 놀라운 예측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비주류 경제학자의 ‘탁월한 가설’은 100여 년의 임상실험(?)을 거쳐 유명한 ‘베블런 효과’로 불리게 되었다.
자기보존이라는 본능을 제외한다면, 경쟁이라는 성향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경제적 동기 가운데 가장 강하고 민감하며 집요할 것이다.
자본주의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을 집필하던 120여 년 전 미국은 자본주의의 성장통을 겪던 시기였다. 이시기에 탄생한 신생 대기업들은 시장의 독점을 통해 발전하기 시작했고, 불필요한 생산의 과잉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게다가 자본의 축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하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개발 독재 시대의 일어선 우리나라의 재벌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름답고 값비싼 물품의 사용이나 감상에서 얻을 수 있는 높은 만족감은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대체로 값이 비싼 점에 대한 만족감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지구에 거주하는 전 인류는 자본주의로 연결된 나라에 살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계 미국인 경제학자 베블런의 시대를 앞선 날카로운 지적은 그래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 책의 가치는 경제학적 업적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본성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종합 인문학책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책의 단점을 굳이 말하자면, 배경지식이 부족한 책을 읽을 때는 장별로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머릿속에 정리한 후에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정리한 내용의 양이 요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았다. 변명하자면 독자로서 저자인 베블런은 수식하는 단어가 많은 문장을 자주 사용한다. 형용사, 부사, 접속사를 이곳저곳에 배치해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번역도 그렇게 깔끔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물론 원서를 직접 읽는 것이 저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이겠지만, 그러한 능력은 부족하므로 번역자에게 감사한 마음이야 있지만 아쉬움이 있다.
정보: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생소하거나 헷갈리는 용어를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번역어’와 ‘한국어’는 다릅니다. 🥵
용어 정의
- 맹아기 [萌芽期]
- 어떠한 사물이나 사건, 일 따위가 비롯하는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기본의미) 식물의 새싹이 트는 시기
- 첩경 [捷徑]
- 어떤 일을 함에 있어 그렇게 되기가 쉬움을 이르는 말, (기본의미) 가깝게 질러서 가는 빠른 길
- 계수하다 [繼受–]
- 이전의 것대로 이어받다
- 표징 [表徵]
- 밖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나 상징, 어떤 것과 다르다는 것을 뚜렷하게 드러내 보이는 특징
- 다과 [多寡]
- 수량의 많고 적음
- 확대일로 [擴大一路]
- 어떤 일의 규모나 상태 따위가 커져 가는 형세
- 인두세 [人頭稅]
- 성인이 된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이 매기는 세금
- 위무하다 [慰撫–]
- (사람이 불행한 사람이나 수고하는 사람을)위로하고 어루만지어서 달래다.
- 불가해하다 [不可解–]
- (대상이)이해할 수가 없다.
- 불가지 [不可知]
- 알 수가 없음
- 격세 유전 [隔世遺傳]
- 조상의 체질이나 성질 등이 한 대나 여러 대 뒤의 자손에게서 다시 나타나는 현상
- 정서법 [正書法]
- 언어를 문자로 적을 때 일정한 원칙에 맞도록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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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낮은 가격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으며 남들과 대비되어 우월감을 얻기 위하여 고가의 사치재를 소비한다. 따라서 사치재의 가격이 상승할 수록 구매자 또한 늘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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