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1962
침묵의 숲
해석하기 힘든 데이터와 복잡한 그래프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읽기 어렵고 난해한 고전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책의 시작은 따뜻한 문학작품처럼 서정적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전개될수록 독자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질 것이다.
레이첼 카슨이 말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침묵의 봄』에 등장하는 화학 방역제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인한 자연파괴의 사례들은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에 너울대는 나뭇잎 소리처럼 숲을 산책할 때 듣던 익숙한 소리가 없는 ‘침묵의 숲’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인류의 책임
이러한 침묵의 책임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다. 인류는 마치 지구에서 가장 우월한 종처럼 행동하고 있다. 자연과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사람들에게 저자는 그러한 생각의 결말이 인류의 종말처럼 끔찍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적인 이익과 정치적인 편협함 그리고 부족한 정보를 핑계로 자행되었던 화학적 방역은 우리 주변의 생명체를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부메랑처럼 인류에게도 암, 백혈병, 유전자 변이, 생식 불가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러한 무분별한 방역은 해충박멸이라는 목적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만일 다윈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적자생존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인상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놀랄 것이다.
환경과학의 대중화
인간의 오만함은 항상 문제이다. 레이철 카슨1은 겸손한 자세로 지구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생명 친화적인 방역 대책만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계는 물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사피엔스에게 환경보호는 내가 몰라도 되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며 급박하고 절실한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일깨워주기 충분한 책이었다. 환경과학자 같은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의 지식을 집대성하여 모든 사람, 과학자, 일반 대중이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레이첼 카슨의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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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루이즈 카슨(영어: Rachel Louise Carson, 1907년 5월 27일 ~ 1964년 4월 14일)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이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 《침묵의 봄》이 있으며, 그녀의 글은 환경운동이 진보하는데 큰 몫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