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 저 #김구용 역 #솔 출판
책은 한글로 되어있지만, 중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김구용 선생의 한학자로서의 전문성은 『삼국지연의』만의 중후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삼국지』는 10여 종이 넘지만, 대부분은 『삼국지』의 내용을 빌려 작가가 임의로 꾸미거나 기본 줄거리를 토대로 평역한 책들이다.
이러한 면에서 『삼국지연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 그 자체만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문을 읽으면서 나름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자신만의 해석을 내려보고자 하는 진지한 독자들에게는 명백하게 역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은 명나라 나관중이 완성한 『삼국지연의』를 개정하고 새롭게 만든 정본인 청나라 모종강(毛宗崗) 본을 저본으로 삼아 20여 년에 걸쳐 완역한 것으로 7권으로 나왔던 것을 10권으로 개정 증보하여 새롭게 펴냈다.
『삼국지연의』는 역사 기록을 토대로 해서 쓰인 소설이지만 김구용 선생은 『삼국지연의』를 마치 역사 기록을 다루는 자세로 번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본의 체제를 따라 120회로 구성했고 모종강1 이 회마다 단 제목도 그대로 살려 실었으며 원문의 시문(詩文)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옮겼다. 특히 예술성 높은 명대의 삽화를 곁들이고 부록으로 ‘나오는 사람들’ ‘무기, 장비, 진법’ ‘전투 형세도’ 등을 함께 실어 독자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이런 노래가 있다
긴 강은 유유히 동쪽으로 흐르는데
꽃잎처럼 떴다가 스러진 모든 영웅들
옳고 그르고 흥하고 망하고 간에
세상일 돌아보니 허무하다
푸른 산은 옛날과 다름없는데
몇 번이나 석양빛은 타는 듯이 붉었더뇨.
머리가 허연 저 어부와 초부는 강가에서
가을 달과 봄바람을 보며 살아왔소
한 병 막걸리로 친구를 반겨 맞고
옛날과 오늘의 허다한 일을
웃으며 한갓 이야깃거리로 삼도다滾滾長江東逝水
浪花淘盡英雄
是非成敗轉頭空
青山依舊在
幾度夕陽紅
白髮漁樵江渚上
惯看秋月春風
一壶濁酒喜相逢
古今多少事
都付笑談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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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말, 청나라 초기의 문학비평가. 자는 서시, 호는 혈암이며 장주 태생이다. 생몰연대는 명확하지 않다. 아버지 모륜과 함께 다양한 『삼국지연의』판본들을 비평하면서 유비를 옹호하고 조조를 폄하하는 존유폄조 기조를 내세운 오날날의 『삼국지연의』판본을 완성한 장본인이다. 중국 고전소설 이론의 형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