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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를 때 얼마나 많은 독자가 얼마나 좋은 평가를 했는가를 선정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건에 충분히 만족하는 책이 바로 『숨결이 바람 될 때』이었다. 리뷰를 남긴 사람이 상당히 많았고 평가도 대체로 후했다. 그래서 바로 희망 도서 리스트에 올려놓았지만, 책 소개만 보고 불치병과 맞서는 의사의 감동적인 이야기 정도로 예상하고 읽기를 미뤄두었던 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처럼 책장을 넘기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저자의 문장에 빠져들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다. 마치 정제된 시처럼 운율이 느껴져서 리듬감 있게 읽을 수 있고, 책의 후반부는 소리를 내 읽어보기까지 했다.

학창 시절 문학을 사랑했던 저자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궁금증을 대학에서 생물학과 영문학에서 찾으려 했고 결국 신경외과 의사라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의사로 성장하면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훌륭한 의사의 역할에 충실하던 중 불치병에 걸리고 만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암 치료를 위해 투병 중인 상황에서 집필되었다. 항상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의사였던 저자가 환자로 역할이 바뀌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회고록이다. 안타깝지만 그는 우리에게 멋진 책을 남기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죽어가면서 그는 우리에게 어떤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죽음은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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