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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세월호 사건은 피해 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트라우마로 몰아넣은 참혹한 경험이었다. TV로 송출되는 장면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사고 직후 언론들의 오보로 인한 난장판은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을 대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는 시민들을 분노를 넘어 내가 살아가는 국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각성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 란 질문에 정치인이었던 유시민의 대답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국가론의 이론적 배경과 주요한 사상가들을 소개하고 저자의 해설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책은 전개된다.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게 행동하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

주(周)나라 무(武)왕은 은(殷)나라 주(紂)왕의 제후였는데, 폭정을 자행한 주왕을 정벌하고 왕조를 교체했다. 이를 두고 제선왕(齊宣王)이 신하가 임금을 시해해도 되는 것인지 물었을 때, 맹자는 주 무왕이 남을 해치고 잔인하게 구는 한 사내를 처형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덕이 있는 자가 다스려야 한다는 맹자의 주장은 덕이 없는 왕은 왕이 아니며 그런 왕을 덕이 있는 자가 처단해도 된다는 말이 된다.

작가의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책에 등장한다.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작가의 경험이 배어있는 문장들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돌이켜보면 기득권을 향한 비판 속에도 항상 서민을 향한 그의 정치철학을 너무 늦게 알게되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100분 토론에 출연하여 ‘법치주의’를 시원하게(?) 설명하던 명장면이 떠올랐다.

법치주의는 통치받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한다. 권력자가 주관적으로 아무리 선한 의도나 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이 그에게 위임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행사를 하지 말라는 것, 이것이 바로 법치주의이다.

‘변질’의 위험을 안고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것, 그것이 정치를 통해서 선을 추구하는 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막스 베버가 말한 책임윤리이다. 인간의 완전성과 선을 전제하지 않고, 인간과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자기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때 얻게 될 “예견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결과”를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껴안는, 그리고 행위의 동기가 아니라 결과로 책임지려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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