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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나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한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정확히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자꾸 돌이켜보게 한다. 끔찍하고 역겨운 표현과 적나라한 장면, 원초적인 욕망에 대한 담담한 문장은 순수하게도 느껴져서 ‘지독하게 아름다운’이란 단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작품의 의미를 좀 더 잘 이해해보려 해설도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해설이 원작보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문장이 많아서 작품의 이해에서 멀어져 버린 느낌이다. 단지 『채식주의자』가 3개 장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라는 점을 상기 시켜 주는 부분은 도움이 되었다.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현재로……

자신과 ‘다른 것’을 ‘틀린 것’ 혹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을 전향하면 많은 것들이 편해진다. 나와 비슷하지 않은 생각과 의견이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일수록 반대급부로 나의 정당성이나 우월감은 자연스럽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와 다른 육식주의자일 뿐인데 많은 사람은 채식주의자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며, 우월감이나 자신의 식습관에 대해 억지로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영혜의 변화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지만, 그녀가 왜 그랬는지, 왜 변하게 된 것인지 나와는 조금 다를 뿐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책 읽는 내내 궁금했던 점은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였다. 영혜를 식육의 세계로부터 잘라낸 것은 아버지의 잔인함인가, 남편의 잔인함인가, 아니면 자신을 포함한 인간 모두의 잔인함인가?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이 책을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 욕망과 죽음 그리고 인문학의 영원한 숙제인 존재론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복잡하고 생소하지만 그런 조합이 오히려 묘하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독특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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