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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선택설

🧬 과학을 넘어선 우리 시대의 고전. 대중 과학서라는 한계를 넘어 생명체의 보편적 원칙을 꿰뚫어 보는 지적인 문장과 날카로운 질문들로 가득한 책이다. 놀랍게도 초판은 1976년에 출판되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함께 한국에서는 과학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고 있으며, 어떤 평론가는 진화론에서 『종의 기원』이 성경책이라면 『이기적 유전자』를 고전소설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는 모든 기본지식을 흔들 만한 명제를 제안하는 책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

여전히 뿌리 깊은 유교 사상에 길든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인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살아남아서 후대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유전자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존은 일종의 전쟁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기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라는 것이다.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적 특성으로 인간의 생존, 번식, 문화 현상까지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대 사이의 전쟁, 가족과 가족 사이, 남녀관계와 같은 굉장히 첨예한 주제들까지도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한 가지 키워드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단순하지만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으로 책의 첫 번째 장을 시작한다.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것같은 질문이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정말 궁금하긴 하다, 우리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해답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유일한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철학자, 정치인, 의사, 작가, 역사학자, 과학자 등 자신의 전문분야에 따라서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각자 자신만의 의견과 근거가 있을 것이다. 동물 행동학의 대가인 저자는 일단 진화론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인류는 다윈 덕분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며 ‘우리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것이다’라고 운을 뗀 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화론을 넘는 좀 더 특별하고 특수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유전자선택설’을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주인공은 유전자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기적인 것은 집단, 종, 개체가 아니라 바로 유전자라는 것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저자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강조한다)

우선 알아야 할 것

유전자의 이기성에 관한 고찰(의문을 가졌던 다양한 현상의 보편적 근거임을 밝히기)에 앞서, 밀도있는 이해를 위한 사전지식으로 확인하고 가야할 것들이 있다. 이렇게 저자의 명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논거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유전학적 지식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일종의 ‘개념정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책의 여기저기서 흩어져 있다. 다음의 개념들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정리했다.

생명의 기원

  • 생명 탄생 이전의 지구에 흔했던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등이 자외선이나 전기 방전으로 아미노산(단백질, 연갈색 액체)으로 변형된다. 퓨린과 피리미딘도 발생(DNA 구성 요소)
  • 우연히(운 좋게) 자기 복제자 분자 생성(확률도 수억년이라는 시간 앞에선 무의미)
  • 자기 복제자는 주형의 역할(거푸집)
  • 복제 오류(복제 과정은 완벽하지 않다)
  • 생존 경쟁(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이 결정)
  • 경쟁의 우위를 갖기위해 자신을 보호할 단백질 벽 구성(보호용 외피)
  • 거대한(생존에 유리할 정도로 복잡하며) 로봇 속에서 안전하게 생존
  • 우리는 그들(유전자)의 생존 기계다.

유전자의 구성

  • DNA (뉴클레오티드 사슬)
  • 뉴클레오티드 (A, C, T, G)
  • 세포의 핵
  • 염색체
  • 유전자 (실같은 염색체에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다)
  • 시스트론

유전자의 역할

  • 자기 복제
  • 단백질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 Ex)아미노산, 배(胚)

유전자의 정의

  • 불멸의 존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유전단위
  •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단위가 될 만큼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충분히 짧은 염색체의 한조각으로 정의된다.
  • 장수하는(좋은) 유전자의 보편적인 특성 : 이기주의!

ESS의 정의

  •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volutionary stable strategy)
  • 도킨스 추천 정의 : 자신의 복사본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는 전략
  • 일반 정의 : 개체군에 있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대체 전략이 그 전략을 능가할 수 없는 전략

근연도

  • 두 사람의 혈연자가 한 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
  • 형제간일 경우,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절반을 그 형제도 갖고 있을 것이므로 근연도는 1/2
  • 보다 일반화된 공식 : 근연도 = 공동 조상수x(1/2){세대 간격}
  • 사촌 : 2x(1/2)4 = 1/8, 증손 : 1x(1/2)3 = 1/8, 유전적으로 사촌과 증손은 동급이다.

특히 게임이론을 근거로한 ESS의 정의와 개념을 설명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는 개체의 공격성에 관한 고찰에 큰 도움을 준다. 즉, ESS의 개념을 개체(매파와 비둘기파의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심도있게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전자에도 유사하게 적용하여 좋은 유전자의 특성을 재정의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유전자의 속성은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된다.' 로 다시 정의하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유전자의 목적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라고 도킨스는 말한다. 유전자가 이기적인 이유는 결국 그것의 목적이 ‘생존’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목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자기복제의 영향력

유전자의 생존 기계 활용법. 이러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해 나간다. 글의 도입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가족계획, 세대 간 경쟁, 성별 경쟁, 생존, 번식, 문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이기적 유전자’가 어떻게 자신의 생존 기계를 활용(?)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합리적인 추론이 다각적으로 제시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족계획, 동물의 산아 제한이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실행되는 ‘이타적인 것’인가? 아니면 번식하고 있는 개체의 이익을 위해 실행되는 ‘이기적인 것’인가? 생명체의 존속에 최적화된 한배 알 수(출산 수)를 조절하는 것은 ‘집단선택설’에 기반한 이타적 선택이아닌 ‘유전자선택설’에 기반한 유전자의 이기적 성향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결론은 부모는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는 것

세대간 경쟁, 개체는 유전자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생존 기계라는 책의 명제에 의거한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다툼, 즉 세대 간의 전쟁에 대해서 논한다. 자식은 부모를 심리적인 방안을 동원하여 자신의 유전자 보존을 꾀한다. (단, 혈연자의 근연도를 고려하여) 부모도 자식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자신의 유전자 보존이 가능하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는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서 유리하다는 것

성별 경쟁, 동식물을 통틀어 수컷을 수컷, 암컷을 암컷이라고 명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기본적인 특징은, 수컷의 생식 세포(즉 배우자)는 암컷에 비해 매우 작고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암수 누구나 자신의 생애 동안 총 번식 성적이 최대화되기를 ‘바란다’. 정자와 난자의 크기 및 수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수컷들은 일반적으로 아무 암컷하고나 짝을 짓고 자식 부양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암컷은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나, 가정의 행복을 우선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중 선택하게 된다.

생존, 유전자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진화된 기계인 개체의 특성을 알아본다. 일단 개체는 유전자의 군체로 보는 것이 적당하며, 뇌와 근육을 통해 생존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것처럼 직접적인 메커니즘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유사한데 이는 유전자와 환경의 시간적 차이 때문이다. 또한 개체 간 의사소통도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거짓말’은 진화가 아닌 경쟁의 부산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집단,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많은 개체들이 무리를 이룬다. 또는 경계음으로 표현되는데, 하나는 케이비 이론으로 조심하라는 경계음이다. 이 경계음이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특성의 소리로 발달하게 되며. 다른하나는 다른 동료들도 함께 부추긴다. 가젤의 높이뛰기는 일종의 과시행동(포식자는 쉽게 잡힐 민한 먹이를 선택 하므로)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상리 공생, 사회성 곤충의 성비는 여왕은 1:1 (암 : 수), 일꾼은 3:1이 유전자적으로 유리하다.(벌목과 노예 사역종 비교)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지의류, 미토콘드리아, 개미와 진드기, 청소어)를 상리 공생으로 정의한다. 인간에게 돈은 지연된 호혜적 이타주의의 공식적인 징표

, 여기 또 다른 자기 복제자가 있다. 만약 보평타당한 생물학적 원리가 있다면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라고 할 수 있다. 밈이란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이며, 저자가 직접 고안한 것이다. 미멤(mimeme)이라는 그리스어를 gene와 유사한 밈(meme)로 바꾸어 명명한 것이다. 밈의 단위는 뇌와 뇌 사이에 전달될 수 있는 실체이다. 즉 어떤 이론의 밈이란 ‘그 이론을 이해하는 모든 뇌가 공유하는 그 이론의 본질적 바탕’이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이며, 이러한 밈 복합체의 예로는 종교, 맹신, 독신주의 등이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 할 수 있다.

유전자와 나

이 책의 중심 논점인 생명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이전 판본에서 상세히 설명한 것처럼 단지 이타성이나 이기성의 진화를 밝힐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 아주 오래된 과거 또한 밝힐 수 있다.

이와같이 ‘유전자의 이기적인 특성’은 생각없이 받아 들였던 수 많은 현상들의 근원적인 원인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뿐아니라, 표면적인 현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물리학의 중력이나 상대성 이론처럼 생물학에서도 보편타당성을 가지는 원리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는 40년이 넘는 시간의 검증을 거쳐 고전의 반열에 오름으로써 어느 정도 저자의 의도대로 그 목적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 과학서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선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학책을 통해 자아 성찰을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진화론과 유전학적 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이 절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생명체를 탐구할 때 습관적으로 개체나 집단의 관점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의 본질’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진화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로 나아가는 힘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며 ‘존재 이유에 대한 인식’ 만큼 현실적인 것도 없다. 내가 왜 존재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고민 중인 모든 인류에게 권하고 싶은 책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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