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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혼란스러운 미래를 걱정하는 홀든 콜필드의 마지막(?) 일탈. 책의 주인공이자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화자)은 20세기 중반의 미국 동부에 사는 청소년이다.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한 청년의 3일간의 극단적인 일탈은 자신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준 것 같다. 하지만 그 깨달음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책에 나온 표현을 따르자면 그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홀든 콜필드의 꿈을 이야기한다.

사실 그렇다. 자신의 꿈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지도 않을 것이며, 솔직히 그런 삶은 지겨울 정도로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생은 아마 완벽한 삶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또한 의미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콜필드의 호밀밭 근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이들을 막아주는 파수꾼이란 꿈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알 수는 없지만, 일탈의 3일 동안 주인공은 다양한 인간군상들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콜필드에게 일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메시지’라는 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의 젊은 시절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

엔톨리니 선생과의 대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중 그나마 가장 어른스러운 인물이다. 하지만 파국적인 관계로 마무리된다. 홀든 콜필드는 자신의 미래를 단념한 적이 없다. 다만 좀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의 고민을 가장 진정성 있게 들어준 사람은 우습게도 가장 어린 여동생 피비였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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