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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뼈 이야기를 읽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읽게된 계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막연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읽게 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화석이나 뼈를 연구하는 인류학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학문이다.

주인공이 고대 유적지에서 해골을 돋보기로 관찰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나 소설을 본 것이 내가 인류학을 경험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뼈가 들려준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주제를 흥미롭게 다룬다. 이 책은 뼈에 관한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진화론, 인류학, 해부학, 유전자, 과학사 그리고 저자의 특별한 경험 등 뼈와 관련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동안 몰랐던 뼈와 관련된 상식을 알게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 뼈는 파골세포가 낡은 뼈를 먹어 치우면 그 자리에 조골세포가 튼튼한 뼈를 만드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재형성된다
  • 다른 뼈에 비해 쇄골은 평생 뼈 밀도나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신상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새에게는 사람의 쇄골에 해당하는 차골이 있다. 새의 차골은 두 팔을 따로 움직이는 사람처럼 좌우에 하나씩 있는 것보다 하나로 되어 있는 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크게 하나로 합쳐진 형태로 진화했다. 이것이 바로 위시본이다.
  •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이 증상의 정식 이름은 ‘추간판 탈출증’이다.
  • 치아는 뼈가 아니지만 유사한 점이 있다. 치아와 뼈의 가장 큰 공통점은 주요 구성 성분이 ‘수산화 인회석’이라는 것이다.
  • 사랑니 때문에 겪는 문제는 우리 몸의 진화 속도가 아직 식습관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이다.
  • 상어와 가오리는 특이하게도 이빨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연골이다.
  • 뼈는 조직이 얼마나 빽빽하게 모여 있는지에 따라 치밀골과 해면골의 두 종류로 나뉜다.
  • 여자가 남자보다 피부가 하얀 것은 어쩌면 지속적인 비타민 D 생성을 통해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에 필수적인 칼슘양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일 수도 있다.
  •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그 생물의 기원지로 여긴다.
  • 지역별로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과 피부색의 짙은 정도가 비례한다.
  • 추운 지방에 사는 물고기들의 혈관 속에는 부동액 역할을 하는 ‘글리코프로테인 glycoprotein’이라는 물질이 함께 떠다닌다.
  • 인류 진화 역사에서 사람은 먼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다음에 두뇌 용량이 커졌고 한참 지나서야 문화와 언어가 생겨났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극동아시아 문화적 배경과 폐쇄성이 뼈를 연구하는 학문의 발전을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라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우리나에 흔하지 않은 여성 인류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저자의 열정은 게으른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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