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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 청교도(영국 성공회에 대척했던 비국교)로 무장한 중산층이 식민지 건설로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과정을 알레고리화한 소설이다. 물론 『로빈슨 크루소』를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다룬 심리 소설로 보는 전문가들로 있지만, 저자인 다니엘 디포의 18세기 영국의 특별한 시대를 겪으며 경험한 파란만장한 삶을 미루어 보아 ‘청교도(비국교) 비호’와 ‘식민지 개척’ 이라는 두 화두를 외면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즉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며 팽창해 가던 18세기 영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전형적으로 반영하는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잘못을 저지르고 징벌을 받고 회개하고 구원을 받게 되는 크루소의 순례자적인 인생 편력 과정은 〈순례〉와 〈모험〉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크로이츠나에(Kreutznaer)라는 그의 가족의 본래 성에서도 상징적으로 잘 드러난다.

내 이름은 어머니의 가족명을 따라 로빈슨 크로이츠나에라고 지어졌다. 하지만 영어 단어에서 흔히 있는 발음 와전 현상 때문에 우리 가족의 성은 지금은 크루소라고 불리고 쓰이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소설도 자꾸 서사적으로 그리고 편향적으로 해석합니다. 😁 어린 시절에 읽을 땐 크루소의 모험과 감정에 몰입했다면 이제는 무인도의 원주민 ‘프라이데이’라는 인물에 동화, 감화됩니다. 사실 ‘프라이데이’라는 이름도 원래 자기의 이름이 있었을 테지만, 크루소가 일방적으로 명명한 이름입니다. 권위적인 제국주의자 크루소, 우리 입장에서 일제 강점기에 자행되었던 일본식 성명 강요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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