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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인제야 겨우 다 읽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책을 만지작거리고 눈에 띄는 곳에 두다 보니, 독서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읽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언젠가 책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블로그를 꾸며보는 게 로망이기도 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화성 패치된 『로빈슨 크루소』이다. TV 프로그램으로 설명하자면 화성 버전의 ‘삼시 세끼’라고 할 수 있다. 오지에 갑자기 홀로 떨어진 주인공의 탈출기, 하지만 이번에 무려 화성이다. 주인공은 상당히 유능한 과학자이자 정서적으로 안정된 인간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화성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주인공처럼 뛰어난 과학자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지구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화성에서 탈출하라

주인공은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지구로 돌아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하긴 그런 전제가 없다면 아마도 이야기 전개 자체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서 나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나는 어땠을까? 나도 주인공처럼 간절히 이곳으로 돌아오길 바랐을까? 무엇이든 혼자서 한다는 것은 외롭다. 그리고 외로움보다 더 끔찍한 것은 외로움에 너무 익숙해서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를 때라고 생각한다. 나도 돌아오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서….

쉽게 상상하긴 어려운 상황과 소재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단순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주인공의 화성 탈출기는 빨려 들어갈 정도로 재미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 화성에 갔다 왔을 리 없겠지만, 저자는 직접 화성을 가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화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주인공의 화성 생활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해서 마치 NASA에서 송출하는 화면을 직접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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