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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기니 섬에 사는 정치가이자 저자의 친구인 얄리는 매우 궁극적이고 난이도 있는 질문을 하게 된다. “왜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이 질문의 요지는 아마도 ‘문명 간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입니까?’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대답은 명쾌하고 단호했다.

인류 문명간의 발전 속도가 다른 직접적인 원인은 총, 균, 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의 근원적인 요인은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주장한다. 즉, 『총, 균, 쇠』의 결론은 ‘환경결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증거와 자료들이 이 책의 주요 골자이다. 이렇게 책 전체의 논리 전개 방식이 귀납적이기 때문에 단조롭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치열한 학자적 열정이 느껴지는 ‘가치 있는 논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처음에는 책의 제작 목적이 아닌 논문을 작성하다가 그 내용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여 출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면 다이아몬드 교수의 주장(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 중 눈길을 끌었던 내용을 살펴보자.

흔히 ‘산업혁명’ 이 18세기 영국에서 증기력을 이용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고, 사실 산업혁명은 수력과 풍력을 기반으로 중세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1492년 당시 유라시아에서 동물, 물, 바람의 힘을 이용하던 그 모든 작업들을 남북아메리카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근력만으로 해내고 있었다.

저자의 주장과 같이 유라시아 대륙의 ‘산업혁명’은 신의 축복같이 갑자기 도래한 마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량 식량 생산과 이로 인한 높은 인구 밀도가 형성되고 복잡한 사회가 구성됨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따라오게 되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18세기 영국의 증기력 개발만을 ‘산업혁명’이라 보는 것은 대영제국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해석하려는 자의적 결론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환경이 문명발달에 다른 지역(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게 된 요인’, ‘문명의 정복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진 요인’,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차이’,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차이’, ‘역사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근원적 요인’, ‘발명은 기술의 관계’, ‘수렵 채집보다 식량 생산의 경쟁력이 더 커지게 만든 요인’ 등 인류의 오래되고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합리적 대답이 있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관점으로 역사적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단순하지만 정확하다는 점이다. 문명사의 불평등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누구나 조금씩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호한 불편함을 구체적이고 명쾌한 ‘언어’로 정확히 분석한다. 인류의 역사, 즉 문명사를 바라볼 때 ‘좀 더 긴 호흡’으로 궁극적인 원인을 고민하며 접근해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명저.

책의 결론은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저자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환경 결정론 :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궁극적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 간 차이
  2. 유라시아의 주요 축이 동서 방향이며 생태적, 지리적 장애물도 비교적 적기 때문(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3. 각 대륙 ‘사이’ 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유라시아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의 확산이 가장 쉬웠다)
  4.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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