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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헌법도 법치를 이룩한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 못지않은 정의, 법치, 평등의 유구한 정신이 깃들어 있음은 물론, 정제된 언어로 되어있어 문명 발달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 실천하는 법조인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또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괴리’의 원인은 무엇인지 김두식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검찰의 만행이다.

검사의 권한

  • 범죄를 수사하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 유지 하는 권한
  • 범죄수사를 위해 경찰을 지휘, 감독 하는 권한
  • 법원에 대하여 법령에 정당한 적용을 청구 하는 권한
  • 재판 집행을 지휘하고 감독 하는 권한
  •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을 수행 하는 것

위와 같이 대한민국의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독일, 삼권분립을 가장 먼저 주장한 프랑스와 비교해도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주변의 선진적인 국가 운영체제를 가졌다고 할 수 있는 G7 국가들과 비교해 보아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지구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자신이 수사한 피의자를 자신의 권한으로 공소를 유지,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자, 검찰 조직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친일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했던 ‘경찰’에게 전방위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피의자 수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인권 문제, 요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권 감수성’이 제로에 가까운 경찰을 신뢰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하지만 당시 검찰에게 권한을 부여한 것은 어디까지나 조건부 결정이었다. 이러한 전폭적인 권한 이양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그 당시에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21세기 경찰 조직은 일제강점기와는 다르게 정상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텐데, 검찰은 아직도 자신의 권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형사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와 증거입니다. 그려고 수사와 증거를 통틀어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검사입니다. 수사만 놓고 보면 검사는 우리 형사소송법상 유일한 수사의 주재자이며, 기소편의주의, 기속독점주의에 따른 엄청난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 엄청난 권한의 존재는 곧 엄청난 책임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불법적인 수사가 자행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검사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도 검찰에서의 공직 생활을 끔찍한 악몽으로 기억할 정도로 현재의 검찰은 부패를 넘어 상식을 벗어난 판단과 결정을 빈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명제는 아마도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며, 권력의 행사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므로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끼리의 상호견제는 다양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검찰이 권력 분배를 위한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최근에 경찰, 검찰, 공수처로의 상호견제 시스템에 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어느 정도 축소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부디 이를 계기로 법조 민주화, 다시 말해 헌법의 올바른 실현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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