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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만 전해진 텔레고네이아를 완성.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귀한을 늦추는 이오이오에섬의 ‘마녀’로 등장하는 키르케의 진실을 현실성있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이전에 존재했던 신화의 세계를 현대적인 언어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겉모습만 페미니스트인 혐오주의자들에게 진정한 페미니즘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라고 했다. 키르케가 자신의 보금자리인 무인도를 방문한 사내들을 돼지로 만들었던 이유는 단지 그녀가 성격이 괴팍한 ‘마녀’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의 탄생과 성장배경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폭력은 키르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재로 ‘마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게 된다.

하늘에서 별자리가 어둑어둑해지고 자리를 바꾼다. 바닷속으로 추락하기 직전의 마지막 햇살처럼 신의 광휘가 내 안에서 빛을 발한다. 예전에는 신이 죽음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죽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뀌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마녀’로써 행한 악행의 업보는 고스란히 키르케 그녀의 몫으로 남는다. 결국 자신의 업보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끔찍하지만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신도 인간도 아닌 어설픈(?) 정체성을 포기하고 ‘자신이 바라는 나’가 되려는 그녀의 선택은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고대 그리스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문명이 번성하기 전 인류의 이야기인 ‘신화’에 흥미를 느낀다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신과 인간의 갈등을 그리는 환타지물, 기이하고 흥미로운 크리처물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될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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